의료에서 설명과 동의의 의미
의료에서의 설명과 동의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의료행위가 갖는 특성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의료를 법적으로 다루는 의료법의 영역에서는 의료행위를 '환자의 몸에 대해 일정한 개입을 하는 행위다.'라고도 얘기하고, 또 조금 어려운 단어이긴 하지만 '환자의 몸에 대한 침습을 하는 행위다.'라고도 얘기하는데요. 이러한 두 가지 표현은 모두 어쨌든 의료행위라는 것이 환자의 몸에 대해 무언가 직접적으로 관여한다는 점을 이야기해 주는 것이죠. 예를 들어 외과의사가 개복수술을 한다고 한번 생각해 보세요. '외과의사' 하면 떠오르는 게 바로 의료용 칼이라고 할 수 있는 메스죠? 메스로 개복을 하는 행위는 치료라는 고귀한 목적을 떼어놓고 생각한다면 사람의 신체에 대한 상해행위와 그 외견상으로는 동일하잖아요.
환자의 의료행위에 대한 허용여부의 필요성
환자가 의료행위에 관한 어떤 결정을 하는 것은 자신의 신체에 대한 일정한 개입을 허용할 것인가와 관련된 아주 중요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료에 관한 환자의 권리는 환자가 자신의 신체, 더 나아가서는 신체를 둘러싼 자신의 삶에 관한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는 권리에 해당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권리는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하는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이라는 기본권으로부터 도출된다고 얘기합니다. 환자에게 이러한 권리가 있다면, 이러한 권리가 잘 실현되어야 하겠죠. 그렇다면 이러한 권리가 잘 실현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할까요? 이에 대해 대답을 하기 위해서 여러분이 환자라고 한번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이 환자라면 우선 어떤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또는 그렇지 말아야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여러분이 그러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어떠한 점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보아야 할까요?
의료행위에서 설명의 필요성
결정을 하기 위해서 이 행위가 지금 내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정말 필요한 건가? 그리고 필요하다면 왜 필요한가를 알고 싶을 겁니다. 거꾸로 말해보면 여러분은 이 행위가 어떤 작용을 해서 어떤 효과를 나에게 발생시킬 수 있는 것인지 우선 정확히 알고 싶을 거예요. 그리고 일반은 어떤 의료행위가 나에게 가져다줄 기대효과나 기능만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여러분은 이러한 행위가 어떤 위험을 안고 있는지, 예를 들어 어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지, 혹시 기대했던 효과를 가져오지 못할 확률은 어느 정도나 있는지에 대해서 알고 싶을 겁니다. 그래야만 이 여러 가지 점들을 고려한 다음에 정말 나에게 이 행위가 필요한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겠죠. 의료행위에서 설명이란 바로 이렇게 가장 쉽게는 의사가 환자에게 어떤 의료 서비스를 제안했을 때 환자가 이를 제공받을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환자는 질병과 치료의 필요성, 방법, 효과, 위험성 등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에 과연 내가 동의를 할 것인가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죠. 그래서 의료행위에 대한 환자의 동의를 informed consent라는 영어를 사용해서 자주 표현합니다. consent는 영어로 '동의'라는 뜻이죠. 그리고 informed는 inform이라는 단어의 수동태로 바로 '정보를 제공받았다.'라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informed consent라는 단어가 이 환자의 동의가 단순한 동의여서는 안 되고, 자신의 결정을 위해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은 상태에서 하는 동의여야 한다는 것을 포함하고 있는 단어라고 할 수 있죠. 이런 맥락을 강조하기 위해서 저는 학술 논문에서는 'informed consent'라는 개념을 '정보를 제공받은 상태에서의 동의'라고 해석하는데요. informed consent는 그 밖에도 간단하게 정보제공 동의 또는 정보 동의 등으로도 해석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특히 이와 같은 설명과 동의에서 무엇보다 환자가 동의하기 위해서 의사가 충분하고 필요한 설명을 해야 한다는 것을 매우 강조합니다. 이렇게 강조하는 건 무엇보다 환자는 대부분 의료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설명과 동의의 문제에서는 의사가 이러한 설명을 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 문제를 흔히 의사의 설명의무의 문제라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방금 전에 말씀드렸던 informed consent라는 용어를 원래의 단어 의미 그대로를 살려서 번역하지 않고, 그냥 의사의 설명의무라고 바꾸어 말하기도 하고요. 또 거꾸로 의사가 설명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얘기할 때 'informed consent가 필요하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특히 의사의 설명의무가 최근 계속 강조되면서 법원에서는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했는지를 살펴보고, 이 설명의무 위반이 있는 경우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의료인과 의료기관들도 이는 설명의무의 중요성을 점점 더 분명하게 인식하고 환자도 이런 의무이행을 의료인에게 분명하게 요구되는 변화가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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