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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의료 시스템, 의료 법률행위

의료의 정의와 본질 이해하기

의료의 정의와 본질 이해하기

의료의 정의와 본질 이해하기
의료의 정의와 본질 이해하기

의료사고와 이로 인한 분쟁을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의료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의료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리가 법적 관점에서 의료의 문제를 다룰 때 우리는 의료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이 물음은 한편으로는 쉽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참 대답하기가 쉽지 않은 질문인 것 같습니다. 저는 한스게오르크 가다머라는 독일 철학자의 연구를 여러분께 소개해드리면서 이 물음에 대답해보고자 합니다.

의료의 정의

가다머는 〈Uber die Verborgenheit der Gesundheit〉라는, 우리말로 번역하면 〈건강의 본질(또는 건강에 내재되어 있는 것)에 관하여〉라는 자신의 책에서 특히 치료를 지칭하는 독일어 단어인 '베한들룽(Behandlung)'의 의미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의료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전개합니다. 베한들룽은 독일어에서 '누군가를 다루다' 또는 '대하다'라는 동사인 베한델른(behandeln)의 명사형입니다. 이러한 '누군가를 다루다' 또는 '대하다'라는 의미에 비추어보면, 치료란 환자를 다루고 대하는 의사의 행위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의사는 자신의 전문적인 기술에 기초해서 환자를 단지 기계적으로 다루면 되는 걸까요? 그렇지 않겠죠. 가다머는 다른 한편 치료를 지칭하는 또 다른 독일어인 테라피(Therapie)라는 단어의 의미에도 주목합니다. 이 테라피라는 단어의 어원은 그리스어인 테라페이아(therapeia)라는 단어인데요. 그리스어로 테라페이아는 '헌신'을 의미합니다. 이와 같은 치료 개념이 의미와 어원을 결합해서 치료 개념을 다시 이해해보면, 치료란 마치 의사가 능숙한 장인처럼 환자를 다루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치료란 '헌신'이라는 어원이 암시해 주듯이 의사가 전심을 다해서 환자와 호흡을 맞추어나가는 과정입니다. 특히 환자는 누군가의 도움이 굉장히 절실히 필요한 극도로 무방비한 상황에 처해 있죠.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는 특히 자신과는 이렇게 분명하게 처지와 형편이 다른 환자를 잘 다루고 잘 대하기 위해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공통의 기반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기반을 구축하는 것은, 달리 말하면 의사와 환자가 서로를 이해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의료의 본질

우리가 일상에서도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죠? 우리는 서로 대화, 즉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으면 상대방을 결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의료에서도 의사와 환자 간의 상호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건 의사와 환자 간의 대화, 즉 커뮤니케이션뿐입니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의료의 본질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죠. 더 나아가 가다머는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에서 환자와 의사는 각각 서로에게 일정한 기대를 가진다고 얘기하는데요. 또 그 각자 서로에게 기대를 가질 뿐만 아니라 기 자신에게도 일정한 기대를 갖게 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우선 환자는 의사에 대해서 자신에게 충분한 도움을 줄 것을 기대합니다. 그리고 의사 역시 스스로에 대해서 내가 이 치료라는 과정을 잘 수행할 것을 기대하고요. 그리고 의사가 환자에 대해서는 환자가 자신의 행위에 잘 협력해 줄 것을 기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라는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은 달리 말하면 환자와 의사가 서로에 대해 갖는 이와 같은 상호적인 기대 그리고 스스로에 대해 갖는 기대를 충족시키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여러분께서는 지금까지 치료라는 단어의 의미와 어원에 기초한 가다머의 해석학적인 이해에 기초해서 치료가 의사와 환자 간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점을 이해했습니다. 다른 한편 우리는 의료의 본질이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이해를 의료의 전통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