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과 서양 의학의 유사성과 특징
굉장히 흥미로운 것은 우리나라의 전통의학인 한의학도 이러한 서구의 이른바 전근대 의학과 굉장히 유사한 모습을 띠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의 한의학에서도 4체액설과 유사하게 인간의 몸이 목, 화, 토, 금, 수라는 다섯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는 오행설에 기초해서 치료의 방식을 정립해 나갑니다. 아울러 서양에서 근대의학이 발전하기 전에는 우리가 한의학의 가장 기초적인 진단방식으로 인식하는 맥진이 굉장히 널리 통용되고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갈레노스는 현대의학에서 사용되는 것보다도 맥의 모습에 대해 더 상세하게 기술하면서 맥의 진단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전근대 의료와 한의학에서 주의해서 볼 부분
서구의 전근대 의료와 우리의 한의학이 서로 닮은 부분이 있다는 점이 아닙니다. 서양의 전근대 의료 그리고 우리나라 한방의료에서는 기 혹은 기질의 흐름과 불균형의 원인을 찾아내고 맥을 파악하기 위해 환자를 인터뷰하고 관찰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러한 환자에 대한 인터뷰와 관찰이 갖는 특징입니다. 진맥과 과정에서는 촉각과 같은 감각을 통해서 환자와 의사 사이에 상호작용이 좀 더 직접적이고 집중적으로 일어난다고 볼 수 있죠. 예를 들어 침술행위에서의 자침 행위는 통증을 유발함과 동시에 환자와 의사 간에 존재하는 주관과 객관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이것을 통해서 양자 간의 소통이 굉장히 증강되게 하는 그런 기능을 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여기서 주관과 객관의 경계가 허물어진다는 것은 통증 부위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이루어지는 자극과 통증의 소실 간의 연관 속에서 환자가 기의 순환을 이해함으로써 자신의 몸에 대한 해석의 주체가 된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연구는 그러한 소통을 통해서 신체 내부의 증상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관계 안에서 존재하던 증상까지도 치유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요. 물론 이러한 효과가 소위 과학적인 관점에서도 검증 가능한 것인지의 여부는 항상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이와 같은 강화된 형태의 상호작용이 존재한다는 것은 의료가 그 시작에 있어서 치료를 돌봄을 통한 치유로 이해했고, 또 전통의학의 경우에는 그러한 이해를 지속시켜온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말해줍니다. 정리해 보면 이런 전통의학의 체계 하에서 의료는 통증이 유발되는 국소 부위가 아니라 환자의 몸 전체의 조화와 균형에 관심을 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의사가 이런 관심에 기초해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환자와 아주 고밀도의 상호작용을 해야 합니다.
의사화 환자 간 상호작용의 중요성
상호작용에서는 의사가 환자의 몸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좀 더 근본적으로는 환자가 자신의 몸을 해석하는 주체가 되죠. 환자 역시도 의사와의 대화를 통해서만 자신이 갖고 있는 고통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좀 더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의료란 의사와 환자 모두가 주체가 되는 상호주체성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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