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근대 의료의 모습과 이해
근대의학이 탄생하기 전인 전근대 의료의 모습을 통해서 의료에 대한 원초적인 이해 또는 의료의 원형적인 모습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그 이유는 전근대 의료에서는 대화 혹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의료의 본질적인 모습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의료행위의 대상인 질병은 이른바 근대의학이 탄생하기 전까지는 단지 몸의 외부에서 침투한 무언가라고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질병은 이것을 넘어서서 환자가 경험하는 고통의 총체라고 이해되었습니다. 우리가 질병을 고통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좀 더 구체적으로는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요?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이러한 이해는 의료의 본질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어떠한 시사점을 제공해 주는 것일까요?
고통의 정의와 극복 방법
우선 고통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한 물리적이고 신체적인 통증과는 구별이 되는 개념이라는 것을 알아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고통이란 어떤 환자의 총체적인 삶의 조건들로 비롯되는 물리적인 그리고 정신적인 감각의 일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통증이 제거되더라도 고통은 여전히 남겨져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고통은 어떻게 극복이 될 수 있을까요? 고통이 정서적인 요소에도 기초를 두고 있다면,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환자와 의사가 교감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환자와 의사가 교감을 하기 위해서는 환자를 행위의 객체가 아닌 소통의 주체로 인식해야 하는 것이죠. 특히 이러한 교감을 통해서 환자는 의사에게 내 상태에 대해서 단순히 그냥 묘사를 하는 것을 넘어서서 스스로도 내 자신의 질병과 몸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내 삶에 대해 이해해 나가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요. 바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환자는 자신의 고통을 극복할 수 있게 됩니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환자에게도 질병에 대한 어떤 해석의 공간이 주어져 있다고 말하기도 하고요. 또 질병의 치료라고 하는 것은 환자의 자기 해석의 과정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가다머도 환자의 고통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 바 있는데요. 우리가 환자의 입장이 돼서 한번 생각을 해보면, 환자 그 자신도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서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렵다는 점을 굉장히 쉽게 알 수가 있어요. 이와 같이 고통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아직 미처 다 표현되지 못한 고통의 모습을 파악하기 위해서 의사와 환자는 끊임없이 대화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그럴 때에 치료는 단지 통증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아닌 돌봄의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가 존재하고 치료적 대화의 공간이 마련된다면, 의사는 설령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도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의사가 환자에게 그 환자가 자신의 질병에 대해서 얘기할 때 그 원인을 환자의 삶의 상황과 함께 다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입체적인 대화를 유도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또 아울러서 의사가 환자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것과 같이 환자와 의사 간의 상호작용이 아주 활발히 일어나게 된다고 한번 생각해 보세요. 너무나 이상적인 상황이죠. 그렇게 된다면 아마 환자는 전체 의료 과정에서의 모든 개별적인 행위들에서 의사와 직접적인 대면을 하지 않더라도 그 의료의 과정 전체를 책임지는 의사에 의해 돌보아진다는 믿음을 갖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단순한 통증의 제거를 넘어서는 고통의 극복이 가능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의미에서 돌봄은 궁극적으로 환자의 삶 전체를 다루는 전인적인 치유에 이르게 됩니다.
전근대 의료의 이해 심화
서양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의 의료에 대한 이론 그리고 우리나라의 전통의학인 한의학의 원리를 아주 간략하게나마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서구에서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의료의 시작을 종종 서양 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히포크라테스에서 찾는데요. 여기서 '진정한 의미'라고 얘기한 건 의료가 질병의 원인을 자연이 아니라 신성이나 악령에서 찾는 주술적인 치료에서 벗어나 신성을 걷어낸 자연의학으로 발전시키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히포크라테스는 우리의 몸이 우주의 네 가지 원소인 물, 불, 흙, 공기에 대응하는 네 가지 체액인 점액, 황담즙, 흑담즙, 혈액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러한 체액들의 비율이 사람의 기질을 특징짓게 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치료라고 하는 것은 이러한 체액이 불균형하게 됐을 때 그 상태를 바로 잡는 것이고, 또 치료를 할 때에는 그 사람의 체액 분포에 따른 기질을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이론은 이후 클라우디우스 갈레노스(Claudius Galenus)에 의해 계승되어서 근대 이전까지 1500년 동안 서구의 의학 체계를 지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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