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약의 체결
의료의 본질은 환자와 의사 사이의 치료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했습니다. 즉, 최선의 치료라는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서 환자와 의사는 서로 다양한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하게 되는데요. 이러한 상호작용은 어떻게 시작이 되는 걸까요? 환자와 의사가 만나서 서로 치료라는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협력해 나가야겠죠. 이와 같이 서로 다른 두 주체가 만나서 '무언가를 함께 하자'라고 약속을 하고요. 그다음에 서로에게 '그 약속을 꼭 이행해라'라는 부담을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것을 법에서는 무엇이라고 하는지 아시나요? 맞습니다. 법에서는 이것을 계약이라고 합니다. 법적으로 계약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조금 더 정확하게 살펴볼까요?
의료계약의 정의
법적으로 계약은 당사자들 간의 청약과 승낙이라는 의사표시의 합치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법률행위라고 정의합니다. 계약이 일반적으로 어떻게 정의되는지 아셨다면, 이제 이러한 정의에 비추어서 여러분은 의료계약이 무엇인지도 쉽게 정의하실 수 있겠죠? 의료계약은 바로 환자가 의사한테 자신의 질병을 치료해 줄 것을 부탁하는 청약의 의사와 그러한 부탁에 응해서 치료를 하겠다는 의사의 승낙이 합치해서 이루어지는 법률행위죠. 예를 들어서 여러분이 밤새 목이 붓고 열이 났다고 생각을 해보세요. 우선 동네의원을 찾아갔습니다. 여러분께서는 병원을 찾아가면 일반적으로 생각을 해보면 통상 이름을 얘기하고 접수를 하시게 되죠. 그리고 잠시 기다렸다가 의사선생님을 만나러 진료실에 들어가시게 됩니다. 이러한 행위는 바로 여러분이 '나는 이 의료기관에서 진단을 받고 그 진단에 기초해서 필요한 치료가 있다면 치료를 받고 또 정확한 처방을 받아서 정말 제대로 이 병에서 낫겠다.'라는 의사를 표시한 거잖아요. 이게 바로 여러분이 청약을 하신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여러분의 청약에 대해서 의사 선생님이 승낙을 하면 의료계약이 성립하게 되죠. 그런데 이러한 청약과 승낙이 이루어져서 의료계약이 딱 체결되기 위해서는 어떤 특정한 방식에 따른 청약과 승낙을 꼭 해야 하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이미 의료계약을 많이 해보셨겠지만 의료계약은 어떤 특별한 방식을 요하지 않는 이른바 불요식 행위입니다. 우리가 그냥 관행적으로 의료기관에 가서 우선 진료신청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많고 또 그 밖에 다른 서류를 작성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것은 의료계약이 성립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필수 요건은 아닙니다. 이러한 서류는 어디까지나 행정적인 편의를 위해서 작성하는 서류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우리 대법원 판례에서는 의료인이 환자의 요청에 응해서 치료행위를 개시하면 의료계약이 성립한다고 말합니다. 이와 같이 꼭 서면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더라도 의료인이 치료행위를 개시하면 환자와 의료인 간에는 의료계약이 구두로 또는 묵시적인 합의로 체결되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렇게 의료계약이 체결되면 이제 계약 내용에 따라서 우리가 약속을 했던 무언가를 서로에게 이행을 해야 되겠죠.
의료 계약에서의 이행
민법에서 계약이란 일반적으로 서로 서로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해주기로 약속을 하는 것입니다. 물론 한쪽 상대방만 무엇을 해주기로 약속을 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서로 간에 무엇을 해주기로 약속하는 계약의 형태가 더 많은데요. 이것을 민법에서는 서로서로 의무를 부담 지우는 계약이라고 해서 쌍무계약이라고 말을 합니다. 그리고 의료계약도 일반적으로는 쌍무계약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의료인과 환자는 각자 서로에게 보통 무언가를 할 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이죠. 어떤 의무를 서로에게 부담 지우는지는 여러분이 이미 잘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됩니다. 즉, 의사는 환자에 대해서 진료를 할 의무를 부담하고, 환자는 그 진료를 받으면 그것에 대해서 보수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죠. 다만, 의사가 해야 하는 어떤 의료행위가 이루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매우 가변적이고 역동적인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여러분이 알아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의료 과정의 범위
우리가 왜 의료의 과정이 가변적이고 역동적이라고 말을 할까요? 한번 생각해보세요. 의사가 진료를 할 때 처음부터 환자가 왔을 때 이 사람에 대해서 '어떠한 치료가 필요하다, 어떠한 행위를 해야 되겠다.' 이것을 아는 것은 사실 가능하지 않습니다. 의사는 아주 간단한 질환이 아닌 이상은 질병이 어떻게 진행이 되어 가는지에 따라서 그것을 살펴보고 또 '환자의 상태는 지금 어떻게 변화하고 있지?' 이런 것을 잘 살펴보면서 그러한 상황에 대응을 해서 의료행위를 하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의료계약의 내용이나 범위는 처음부터 확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의료가 시행되고 나서 이러한 상황들의 변화에 따라 점차적으로 구체화되는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판례 예시
이러한 점과 관련해서 대법원의 판례를 여러분께 하나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갑이라는 의료법인이 을이라는 사회복지법인과 업무를 협약했습니다. 어떻게 협약을 체결했느냐 하면, 을 법인이 운영하는 노인요양시설에서 응급환자가 경우에 따라서 발생할 수 있잖아요. 그러한 경우에 이 갑 법인이 운영하는 병원으로 후송을 해서 진료를 받도록 하겠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을 법인의 요양시설에 입원 중이던 병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분이 요양시설에 소속된 요양보호사의 잘못으로 인해서 안타깝지만 골절상을 입게 되었고요. 그러자 이 업무협약에 따라서 병은 갑 의료법인의 병원으로 후송이 돼서 입원치료를 받다가 사망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안에는 물론 여러 가지 쟁점들이 있지만,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의료계약의 내용 또는 범위와 관련해서는 이때 갑이라는 법인과 을이라는 법인 사이에 체결된 의료계약이 과연 병이라는 사람의 골절에 대한 치료만 포함하는 것인지 아니면 골절에 대한 치료를 위해서 필요한 기존 장애에 대한 치료까지도 포함하는 것인지가 문제가 되었는데요. 우선 원심판결은 의료계약에 따른 갑 법인의 진료범위는 딱 골절에 대한 치료로 한정이 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원심판결에 대해서 대법원은 이 원심법원의 판결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앞에서 얘기했듯이 의료계약에 따른 진료의 내용이라든지 범위는 처음에는 추상적이지만 나중에 의료행위가 진행되면서 질병의 상태 또는 환자의 상태가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보면서 구체화되는 것이기 때문인데요. 이와 같은 판시 내용을 보면, 의료인은 환자의 건강상태나 질병이 진행되는 상황을 잘 살펴보고 또 더 나아가서 당시 의료 수준 그리고 의료인 자신이 지니고 있는 지식과 경험에 기초해서 각 상황, 상황에 따른 의학적인 판단을 내리게 되고요. 그 판단에 기초해서 적절한 진료 방법을 선택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의료의 가변적이고 역동적인 모습이죠. 그리고 그러한 의료라고 하는 것이 갖는 본질을 잘 이해하고 그것에 부응해서 우리가 잘 치료해야만 정말 온전한 치유가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판례도 의료인은 이러한 여러 상황과 자신의 지식, 경험에 개초해서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고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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