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계약과 법률상 의료행위의 범위
의료의 과정이 역동적으로 진행이 될 때 각각의 상황, 상황들에서 우리가 계약을 체결할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진료행위가 필요하게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이럴 때 의사는 이런 필요하게 되는 행위와 관련해서 환자가 정말 이 행위가 필요한지, 이러한 행위를 하게 되면 어떤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환자에게는 그 진료행위를 받을 것인지에 대해서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환자의 자기 결정권이라고도 얘기를 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의료계약에 의해서 제공되는 진료의 내용은 이와 같이 의료인의 설명 그리고 이것에 기초한 환자의 동의에 의해서 구체화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의료의 본질이 치료 커뮤니케이션이라면 우리가 또 한 가지 생각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이것은 바로 의료계약의 주체가 커뮤니케이션의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인데요. 커뮤니케이션의 능력이 있는지의 여부는 특히 환자가 의료계약을 체결하는 또는 의료계약의 내용에 대해서 이해하는 능력이 있는지와 관련해서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능력이 있는지의 여부는 그렇다면 어떻게 판단을 하게 될까요?
의료에서의 행위능력
우선 민법에서 말하는 행위능력이라고 하는 것을 기준으로 계약체결의 능력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먼저 행위능력이 무엇인지를 아셔야 될 것 같은데요. 행위능력이라고 하는 것은 민법상 단독으로 완전하고 유효한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만약에 환자에게 행위능력이 있다면 환자는 직접 의료계약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고 할 수 있겠죠. 이 행위능력은 무엇보다 민법상 성년인지의 여부에 따라 결정이 된다고 우선 이야기할 수 있는데요. 이것과 관련해서 민법 제4조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민법 제4조, 사람은 19세로 성년에 이르게 된다.] 아울러 민법 제807조에서는 성년이 아니더라도 만 18세가 되면 혼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요. 더 나아가서 민법 826조의 2에서는 만 18세 이상의 미성년자더라도 혼인을 한 경우에는 성년으로 의제된다고 규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환자가 만 19세 이상이라서 성년자이거나 아니면 혼인을 한 만 18세 이상의 미성년자라면, 직접 계약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환자가 성년이더라도 사무처리 능력이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민법 제9조에서는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인 제약으로 인해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에 대해서는 일정한 청구권자가 청구를 하게 되면 가정법원이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하는 것에 대해서 규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받은 경우에는 바로 성년후견인이 피후견인을 대신해서 의료계약의 당사자가 되는 것이 원칙일 것입니다. 그리고 뿐만 아니라 환자가 행위능력은 없더라도 행위의 의미나 결과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능력은 있을 수 있어요. 이러한 능력을 민법에서 의사능력이라고 말합니다. 환자가 행위능력도 없고 의사능력도 없는 경우에는 환자의 법정대리인이 의료계약의 당사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 법정대리인이라고 하는 것은 말 그대로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 대리인을 말합니다. 그런데 환자가 의사능력은 있는 미성년자인 경우, 즉 의사능력은 있는데 행위능력은 이러한 경우에는 과연 미성년자가 단독으로 의료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까요?
의사능력 없는 환자의 의료계약
이 점에 대해서는 견해가 대립합니다. 우선 첫 번째 견해는 다른 일반적인 계약과 의료계약을 동일하게 취급하는 견해인데요. 우리가 민법 제5조를 보면 미성년자가 법률행위를 할 때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하고 있고요. 만약에 그렇게 동의를 얻지 않고 행위를 한 경우에는 그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규정에 기초해서 의료계약의 경우에도 환자가 설령 의사능력이 있더라도 행위능력이 없는 미성년자라면,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보고,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체결한 의료계약은 취소할 수 있다고 하는 그러한 견해입니다. 이와는 달리 두 번째 견해는 의료계약을 다른 계약과는 다르게 보는 입장을 취하는 견해입니다. 이 견해는 의료는 보통 통상의 다른 재산거래와는 다르다고 보면서 환자가 자기결정을 할 수 있는 의사능력이 있다면 행위능력이 없더라도 단독으로 의료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환자가 체결한 의료계약은 환자의 행위 무능력을 이유로 취소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번 생각해 볼게요. 우리가 치료를 필요로 하는 상황은 많은 경우에 굉장히 긴급하죠. 그렇기 때문에 환자가 의사능력이 있는 한 항상 자신이 하는 행위에 대해서 동의를 받기 굉장히 어렵습니다. 특히 의료의 경우를 말하는 것이죠. 또 의료기관에서는 그렇게 미성년자인 환자가 찾아왔을 때 행위무능력자라는 이유로 진료를 지체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러한 점을 생각해 보면 두 번째 견해가 보다 타당해 보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첫 번째 경우를 취하더라도 실제 법정대리인이 환자가 자기 건강을 위해서 필요한 진료계약을 체결했고 진료를 받았는데, 이것을 취소하는 것은 환자의 복리를 해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물론 이러한 경우가 거의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또 발생하지 않아야겠지만, 그런 극단적인 경우에는 민법 924조나 940조에 따라서 법정대리인의 지위가 박탈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 더 나아가서 어떠한 견해를 취하더라도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환자가 자기 결정 능력을 지니는지의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과 맥락에 따라서 다르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의료계약 체결없는 의료 행위
마지막으로 의료가 반드시 의료계약의 체결로 시행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참고하세요. 예를 들어서 민법 제734조에서는 의무 없이 타인을 위해서 사무를 관리하는 사무관리에 대해서 규정을 하는데요. 이것에 해당하는 경우라든가 또는 응급의료 상황에서 계약의 체결 없이 응급의료가 이루어진 경우라든가 또 국가가 사회보장을 하는 차원에서 사회적인 약자에 대해서 건강진단이나 의료보호를 시행한다든지 감염병이나 결핵 관리 등을 위해서 진료받을 의무를 강제하는 경우에는 의료계약이 체결되지 않더라도 의료행위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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